세상만사 보따리

의대 2천 명 증원이 걱정되는 이유 ..... 의대 출신 입시 전문가의 입장

딸랑이* 2024. 3. 26. 06:28
728x90
반응형

 

의대정원 증원이

'의료민영화'로 가는 로드맵 중의 큰 변곡점으로 보입니다.

 

이미 각종 서비스 앱과 보험서비스 등으로 개인의료정보 공유에 나서고 있지요. 뱅킹서비스 통합도 사용자 입장에선 편리하지만, 결국 내 금융정보가 그렇게 공유가 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사실 '플랫폼 서비스'라는 건 '편리함'과 '그만큼의 손해 또는 손실'이 등가교환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새벽배송의 편리함 뒤에 고생하는 배달기사와 물류센터노동자들이 그렇고

 

대리운전 부르기 편리한 카카오T나 T대리 뒤에서 수입이 팍팍 줄어드는 대리기사들이 그러합니다.

(친한 동생이 대리기사를 투잡으로 하다가 회사 그만두고 대리에 올인한지 1년 남짓 되었는데 이야기 들어보면 어마어마합니다.)

 

우선 의료민영화의 무서운 점에 대해서는 더 말 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넷플릭스에서 '식코'라는 다큐영화만 봐도...ㄷㄷㄷ

 

물론, 의료민영화가 되면 이러저러하게 편리하게 앱을 통해서, 원격진료를 통해서... 하며 가입을 유도하겠지요. 다양한 서비스상품을 미끼상품으로 내세울 것이구요.

 

...

 

의대정원 증원에 대해서는, 처음 이야기가 불거져나왔을때부터 참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

 

제가 의과대학을 다녔고, 주변에 병의원을 하는 선후배 의사들도 있고, 의대 다니던 시절 들었던 이야기, 요즘 듣는 이야기들도 있었구요.

 

대치동에서 입시 일을 하고 있다보니 각종 대형입시업체들이나 학원들에서 돌고 있는, 그리고 광고하고 있는 이야기들도 참 많지요.

 

자칫 비생산적이고 끝도없는 논쟁으로 이어질 듯 하여 말을 아껴왔고, 설마 정말 2000명씩이나 늘리겠어? 하는 생각 또한 없지는 않았습니다.

 

입시판에서 의대정원 2000명 증가가 가져오는 큰 폭풍은 가히 쓰나미급이 될 것이 눈에 뻔히 보이기 때문이지요.

 

말이 나왔으니 우선 입시판 문제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의대정원이 2000명이 늘어나면 현 정원 3058명의 67%가 늘어난 셈이기 때문에 극상위권 바로 밑의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의대 지원을 훨씬 많이 하게 되겠지요. 그러면 의대 지원으로 상위권 학생들이 몰리게 되니 그 외의 학과에의 지원기회가 늘어날 것이고, 이것은 수험생 입장에서도 유리한 기회가 되는 것이다... 라는 이야기.

 

전형적인 '낙수효과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와 똑같은 논리입니다.

 

재수종합학원 이하 학원들은 우선 즐거운 비명을 지르겠지요. 늘어난 인원 만큼 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는 비중이 높아질까요? 아니면 N수생들이 지원하는 비중이 높아질까요? 아니면 지금 현재 의과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나 치, 한, 약, 수의대를 다니는 학생들의 지원이 늘어날까요?

 

그리고 늘어난 인원의 혜택은 누가 보게 될까요???

728x90

...

 

의사 인원은 반드시 증원되어야 합니다. 굳이 국민 1인당 의사 비중이라거나 하는 통계수치를 들이밀지 않더라도 말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한번에 왕창 올리는 것은 아니란 말이지요.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의료시스템의 개선이라는 겁니다.

 

굳이 현재의 수가시스템이나 알값, 리베이트 등등의 문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부분에 대한 시스템 정비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의사 면허를 가지고 로컬병원을 운영할 수도 있고, 실습병원에서 교육을 병행할 수도 있고,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볼 수도 있구요.

 

하지만 전공과목의 쏠림현상에 대한 문제 해결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인턴 1년을 마치고 레지던트가 될 때 전공과목이 정해집니다. 인턴을 도는 과정에서 픽턴이라고 하여 해당 진료과목의 의국에 뽑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경쟁을 하여 선발이 됩니다. 그 경쟁의 난이도는... 결국 인기과 순서이고, 성적 순서입니다.

 

자연스레 수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법조인들도 성적 순서대로 판사, 검사 순으로 된다고 하던데요. 의사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해 보셨는지요?

 

저 때는 공부 제일 잘 하면 내과, 공부 제일 못하면 방사선과 그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물론 '피안성'이 제일 잘 나가는 시기 한참 전 이야기이긴 합니다. 하긴 그 당시도 환자의 생명과 직결이 된다고 하여 '메이저과'라고 불리웠던 '내외산소'도 워낙 힘들기도 하고(외과의 경우) 산부인과나 소아과는 의료소송이라도 걸리면 골치아파진다고 피하기도 했습니다. (출산율이 급락하기 전 이야기입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수많은 케이스를 보며, 대학병원에서 최신의료장비와 기술을 접하며 능력치를 키우게 되는 점도 있겠지만...

반응형

...

 

제가 가장 걱정인건 사실 위에 적은 이야기들이 아닙니다. 의과대학 현장의 문제가 사실 가장 걱정이 됩니다.

 

의예과를 마치고 의학과로 올라가기 전에 오스테올로지라고 골학 공부를 합니다. 정규 과정이 아니라 각자 알아서 해야 하는건데, 대부분 동아리중심으로 또는 동문회 중심으로 선후배가 방학동안 기숙사에 들어가서 죽어라고 외웁니다. 이 때도 역사와 전통이 있는 동아리나 동문회의 경우는 실제로 보며 공부할 수 있는 '뼈(진짜 사람 뼈)'를 보며 공부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뼈를 보며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책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만져보는 것은 비교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의학과로 올라가면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과목으로 해부학과 조직학이 있습니다. 두 과목 공통적으로 실습이 무척 빡셉니다.

 

특히 해부학은 카데바라고 하여 사람 시신을 가지고 실습을 합니다. 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는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을 가져가 쓰기도 했다지만, 그건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구요. 시신기증 의사를 밝히신 분들의 시신으로 실습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시신의 숫자가 그렇게 여유롭지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시신 한 구에 의대생이 적게는 6명에서 10명 이상이 배정되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는 직접 도구를 들고 이리저리 실습을 진행하는 학생보다 옆에서 구경만 하는 학생의 숫자가 더 많게 된다는 것이지요.

 

조직학이나 병리학을 배울 때 현미경이 필수적입니다. 대당 가격이 엄청나다고 조교선생님들이 겁을 주던 기억이 나네요. 현미경만큼은 학생 1인당 한대가 배정이 되어야 합니다. 슬라이드 보는대 현미경 한 대에 두세 명의 학생이 돌아가면서 본다는 건 상상하기 싫어지네요.

 

수업하는 공간이나 실습실 공간도 단시간에 어찌 감당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구요.

 

제대로 실습도 경험하지 못한 채 책만 달달 왼 학생들의 의학지식도 걱정입니다. 뭐 의사고시는 그래도 합격하겠지요. 합격할 정도가 못 되는 학생들은 의사고시 보기 전에 유급을 당할테니까요...

 

...

 

입시컨설팅을 하는 입장에서, 특히 의대 출신이라고 의대입시컨설팅도 하는 입장에서

 

정말 요 근래만큼 힘든 시기가 없습니다.

 

이런저런 저간의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입장에서

 

양심에서 나오는 소리를 과연 솔직하게 해야 하나...

 

의대 정원이 큰 폭으로 늘어났으니 너에게도 더 큰 기회가 온거라고 희망을 주는게 맞는건지 말입니다.

 

오랜기간 꾹꾹 참다가 갑자기 글을 쓰다보니 두서도 없고 엉망이네요. 죄송합니다.

 

 

 

'불휘기픈나무' 님의 글을 옮겨 왔습니다.

 

.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