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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살이 20년 차인 사람으로서 호주 여행의 장단점을 알려 드립니다 .....

딸랑이* 2024. 9. 24.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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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살이 20년차 사람으로서 호주 여행의 장단점을 알려 드립니다.

 

먼저 장점

 

1. 집시, 난민, 노숙자가 EU 국가들이나 미국에 비해 현저하게 적습니다. 대륙으로 분류되지만 거대한 섬이다보니 난민들의 난입이 쉽지 않거든요. 북유럽 복지천국만큼은 아니지만 비교적 복지가 잘 되어있고, 실업률도 낮아서 일할 의사만 있으면 누구나 충분히 먹고 살만큼 돈을 벌다보니 범죄율도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여행 중에 소매치기, 강도, 삐끼 이런 거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 유럽 여행할 때처럼 복대 안에 돈, 여권 꽁꽁 싸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길가다 비싼 카메라나 폰 꺼내서 사진 찍을 때도 전혀 긴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마음 편한 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최대 장점입니다. 제기 사는 남호주는 젊은 여성 혼자 밤이나 새벽에 조깅하는 일이 흔할 정도니까요. 다만 워낙 길에 인적이 드무니 지리에 서툰 여행자가 심야나 새벽에 돌아다니는 건 좋지 않습니다.

 

평화로운 시드니의 아침

 

 

2. 물가가 비싸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한국이랑 비슷한 수준이라서 계산이 서는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비행기표값 자체가 워낙 거리 때문에 싼 맛에 가는 여행지로는 아니지만 일단 호주에 들어와서는 우리나라랑 체감 물가가 거의 비슷합니다. 단 외식비는 비싼 편이므로 돈을 아끼려면 취사 가능한 숙소 잡거나 우리나라와 가격이 비슷한 맥도날드, 헝그리잭스(버거킹의 호주 이름) KFC 등 패스트 푸드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교통비도 비싼 편이지만 대부분의 대도시는 Day Pass라는 걸 팔아서 하나 사면 대중교통 종일 타고다닐 수 있어서 크게 부담이 안 됩니다.

 

제2의 도시 멜번의 야경

 

 

3. 한인 이민자가 어느 대도시나 많은 편이라 한국 식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고, 한인 식당들도 많아서 음식 때문에 고생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특히 시드니는 한인 인구가 10만에 육박하고 한인타운도 있어서 거기 가면 뭐 거의 한국에 있는 거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죠.

 

시드니 한인타운

 

 

4. 엄청난 자연환경. 이거 하나는 정말 복받은 나라입니다. 물론, 높은 산이 없고, 사막지대도 없어서 (사막이라기 보다는 그냥 황무지입니다. 호주 내륙부는)미국만큼의 다양성이 부족한 점은 좀 아쉽습니다만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라던가 멜번 근처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나 중심부의 아웃백 같은 특이한 자연환경은 한 번쯤은 구경할 만 합니다.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는 여행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할 만한 나라죠.

 

빅토리아주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12사도 바위

 

 

5. 한가합니다. 모든게 한가합니다. 사람들도 한가하고 모두가 여유로워 보입니다. (출퇴근 시간의 시드니나 멜번 시티 중심부는 제외 ㅎㅎ) 무엇보다 어지간히 유명한 관광지에 가도 사람이 많이 없어요. 호주 자체 인구가 2500만 정도 밖에 안 되기도 하고, 워낙 다른 대륙들과 거리가 멀어서 외국인 관광객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 사진 찍을 때 사람 반 풍경 반 이런 일이 거의 없습니다. 유유자적한 여행을 좋아하신다면 와볼 만한 나라입니다. 아래 사진은 저희집에서 차로 두시간 정도 걸리는 바닷가인데 저 넓은 바다에 우리 말고 딱 한팀 (백사장 좌측에 보임) 있었네요.

 

한적한 바닷가

 

 

6. 화장실 인심이 매우 좋습니다. 메트로 에리어의 어지간한 공원이나 주요 시설 근처에 꼭 공공 화장실이 있고, 관리도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휴지도 무료로 늘 꽉꽉 채워져 있고요. 대부분의 공공 화장실에서 따듯한 물이 나옵니다. 유럽처럼 화장실 인심 박해서 돈 내고 이용하거나 화장실 찾아 삼만리 할 일이 없습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유채밭

 

 

7. 시즌 별로 우리나라에선 다소 생소한 다채로운 볼거리가 있습니다. 겨울에는 남극 지방에서 올라오는 고래를 바닷가에서 구경하거나 투어 보트를 타고 볼 수 있고요. 봄에는 메트로 에리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유채밭을 볼 수 있는데 정말 장관입니다. 늦은 봄에는 남미가 원산지인 자카란다가 시티 근교의 거리들을 보라빛으로 화려하게 수놓고, 초여름에는 겨우 내 익은 밀들이 들판을 황금빛으로 수놓습니다. 한여름에는 메트로에서 1~2시간 차타고 나가면 아무도 없는 물 맑은 아름다운 바닷가를 전세내고 놀 수 있습니다. 가을은 우리나라 가을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날씨가 좋아서 여행다니기 좋고, 조경을 잘 해놓은 시티나 근교의 거리와 공원들은 화려하게 물이 들죠. 열대 기후인 케언즈쪽에선 사시사철 스노클링이나 다이빙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시티 근교의 자카란다가 활짝 핀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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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호주는 이민자 비율이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백인 비율이 70%가 넘어가는 백인 중심의 국가이고 미국에 비해서 비만율이 낮은 편이라 (특히 젊은층) 몸매좋고 한 외모 하는 선남선녀들이 많이 있습니다. 백인 뿐 아니라 인도나 아시아계 이민자들도 전체적으로 외모가 좋은 편. 개인적으론 헉소리나게 이쁜 인도 여성들 촬영 많이 해봤습니다. 사진이 취미시면 지나가는 멋쟁이 붙잡고 사진 한장만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면 의외로 흔쾌히 찍으라고 포즈 취해주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9. 우기인 겨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날씨가 매우 좋습니다. 비오는 날이 적은 편이고 비가 와도 잠깐 내리가 마는 정도, 그리고 습도가 낮기 때문에 불쾌감 없이 쾌적한 여행이 가능합니다. 한 여름에 기온이 40도 넘어가는 날도 많지만 습도가 낮아서 우리나라 습도 높은 34~35도 여름 날씨보단 오히려 견딜만 합니다. 우기인 겨울도 하루 종일 주구장창 비 내리는 건 드물고 대부분 소니기라 날씨 때문에 일정 망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수평선 너머로 뜨고 지는 석양이나 일출 보기가 아주 쉬운 편이고, 교외로 나가면 별이 많은 건 기본이고 육안으로도 은하수가 보이는 날이 많습니다. 겨울에는 빅토리아주나 남호주 쪽에서는 오로라가 관촬되는 날도 있고요. 습도가 낮고 날씨가 맑으니 사진이 엄청 쨍하게 나옵니다. 제 사진을 가끔 망사에 올리면 뽀샵이네 보정 잘했네 이런 리플이 많이 달리는데 그건 뽀샵이나 보정빨이라기 보다는 그냥 호주 날씨빨이랑 CPL 필터빨입니다. ㄷㄷㄷ

 

미네랄과 철분 덕분에 핑크색으로 보이는 핑크 호수입니다. 

 

 

10. 와인 좋아하시면 즐겁게 놀다 갈 수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물론 와인 만들고 유명한 나라는 많기 때문에 호주 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대도시에 가나 근교에 와이너리들이 많고, 투어 코스도 저렴하고 알찬 편이어서 투어 조인해서 시음이나 실컷 하면서 와인에 빠진 하루를 보내는 것도 즐겁니다.

 

와인으로 유명한 남호주의 와인밭의 가을

 

 

11. 생태계가 특이합니다. 호주는 워낙 다른 대륙과 떨어져 있고 또 왕래가 없던 기간이 길어서 식물이나 동물이나 다른 대륙에 없는 녀석들이 많습니다. 코알라, 캥거루 같은 동물들이 그렇고, 검트리라 불리는 유칼립투스 나무라던가 식물들도 특이한 종들이 많죠. 이런 쪽에 관심있다면 괜찮은 여행지입니다.

 

호주 생태계의 최강자 전투 코알라

 

 

12. 시차가 없습니다. 시차가 동부 중부가 우리나라와 앞뒤로 30분 정도로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아래 후술할 비행시간 때문에 컨디션 메롱한 거 빼고는 시차 때문에 적응 힘들 일은 없습니다.

 

 

13. 경유여행 즐기기 좋습니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싱가폴, 홍콩,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을 경유해서 2-3박 스탑오버해서 놀기 너무 좋습니다. 전 한국갈 때 늘 홍콩이나 싱가폴에서 스탑오버해서 맛난 거도 먹고 북적임도 좀 즐기고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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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단점

 

1. 시간이 너무 많이 낭비됩니다. 일단 호주로 오는 직항이 있긴한데 보통 밤에 출발해서 새벽에 도착합니다. 심야 비행기로 오니 피곤해서 첫날은 숙소 도착하면 뻗는 경우가 많아 첫날은 그냥 날린다고 보면 됩니다. 갈 때도 하루가 꼬박 걸리기 때문에 휴가를 내면 최소 3일 정도의 시간은 왕복 비행기 때문에 손해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뿐만 아니라 호주 내에서도 한 도시만 구경할 거면 크게 상관없는데 대도시 몇 곳을 (유명한 골드코스트, 시드니, 멜번) 구경할 생각이면 이동 시간으로 그냥 날리는 시간이 꽤 됩니다. 호주 여행 오실 생각이면 적어도 7~8박은 해야 그나마 호주 좀 봤다 싶을 정도고, 동부 대도시 3곳 제대로 구경하려면 적어도 10~15박은 해야 합니다. 15박을 해도 중부와 서부는 제대로 보기도 힘들고요.

 

바닷가 절벽 위에서 찍은 혹등고래 사진 이걸 보려면 꼬박 2박 3일이 필요합니다.

(물론 운이 좋으면 시드니 근처에서도 볼 수 있어요.)

 

 

2. 교통비가 많이 듭니다. 일단 대중교통이 비싸기도 하지만 그건 일일 패스 같은 걸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몇 개의 도시를 구경할 생각이면 시간관계상 차는 힘들고 비행기로 이동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시간이 많다면 차를 렌트해서 도시간 이동도 가능하지만 시드니-멜번 이동만 해도 이동으로 하루는 그냥 날린다고 보면 됩니다.

 

한적한 바닷가의 석양

 

 

3. 가성비(?)가 떨어집니다. 비행기표값부터 해서 우리나라랑 비슷한 물가까지, 결코 싼 여행이 될 수 없는 관광지가 호주입니다. 그에 반해 여행 다녀왔다고 인스타에 자랑질 하기에는 가성비가 많이 떨어집니다. 호주 다녀왔다고 하면 시드니나 멜번 정도만 알지 나머지는 거기가 어디냐고 사람들이 되묻는 경우가 태반이죠. 또, 음식이나 풍경도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것이 많지 않다보니 7~8박을 하고 비행기 표값만 100만원 넘게 써가며 올 이유가 좀 많이 부족하죠.

 

그 유명한 하버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의 야경

 

 

4. 유럽 나라들에 비해 중세~근대 시대의 웅장한 건축물 같은게 별로 없는 편입니다. 기껏해야 시청 청사나 옛날 빅토리아 시대 지어진 쇼핑몰 혹은 교회나 성당 정도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현대식 건축물의 마천루입니다. 현대식 마천루야 우리나라에도 널리고 널린 것이니..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나 하버 브릿지 같은게 유명하지만 어찌보면 그게 다입니다. 건축물 구경 좋아하시면 그닥 볼 게 없는 나라죠.

 

빅토리아 시대에 지어진 쇼핑몰, 고풍스럽고 멋지긴 한데 이런 곳이 발에 차이는 유럽에 비해 호주는 많지 않다는 거.

 

5.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유럽보다는 훨씬 덜하지만 인종차별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가끔 아주 로컬한 식당이나 샵에서 불친절을 경험할 수 있지만 극히 드뭅니다. 특히 돈쓰러 온 관광객에게는요. 그리고 하다못해 흑인도 동양인 무시하는 미국보다는 차라리 흑인 거의 없는 호주가 더 낫네요.

 

호주 여행 생각이 있으시면 참고하세유. ㄷㄷㄷ

 

 

'romantic' 님의 글과 사진을 옮겨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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