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보 바구니

호주 이민이 미국보다 좋은 점과 나쁜 점 .....

딸랑이* 2021. 10. 28. 09:00
728x90
반응형

 

호주 이민자입니다. 딱히 한국이 싫어서 이민 왔다기 보다는 우연한 기회로 오게 됐는데 여기가 너무 좋아서 눌러앉게 된 케이스입니다. 사실 누가 저한테 이민 어떠냐고 물어보면 일단은 말립니다. 태어나고 자란 나라보다 좋은 나라는 별로 없어요.

 

개인적으로 느낀 호주가 미국보다 좋은 몇 가지 이유는..

 

1. 총기 규제가 미국보다는 엄격

 

여기도 총기 소지는 면허를 취득할 경우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 총기 소지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총기관련 사건사고도 적은 편이고요. 총기 소지자는 정기적으로 경찰에서 관리(?)를 합니다. 미국 출장갔을 때 호텔방에서 자다 거리에서 들려온 총소리에 놀란 경험이 있어서인지 미국은 제게 늘 위험한 나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총기 소지자가 별로 없으니 경찰들도 시민들에게 좀 덜 위압적입니다. 상대적으로 경찰들도 총기 공포에서 좀 더 자유로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2. 의료보험

 

한국하고 비슷한 전국민 의료보험입니다. 한국과 다른 점은 여긴 가벼운 병은 보험처리가 안되거나 일부만 되고, 큰 병은 거의 전액 무료입니다. 다만, 공립병원 대기 시간이 긴 편인데 대신 병의 상태가 위중하면 먼저 우선적으로 처리해 줍니다. (그래서 대기 시간이 깁니다. 그게 싫은 사람들은 사보험 가입하고 사립병원 다니고요.) 일단 큰 병에 걸렸을 때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좋습니다. 미국처럼 돈 없어서 죽거나, 살아나도 파산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거죠. 제가 영주권 취득하고 나서 3일 뒤에 담낭 내 담석이 탈나서 담낭제거 수술을 했는데 앰뷸런스 비용 포함 수술, 입원 비용을 모두 무료였습니다. 3일만 먼저 터졌으면 최소 몇 만 달러는 나왔을텐데 운이 좋았죠. ;;

 

3. 유연한 노동시장

 

호주 고용형태는 크게 풀타임, 파트타임, 캐쥬얼로 나뉩니다. 풀타임은 우리나라 정규직과 거의 같고, 캐쥬얼은 계약직이랑 비슷합니다. (호주 캐쥬얼은 계약직으로 풀타임 직원보다 25%의 임금을 더 받습니다. 고용이 불안정한 대신 돈을 더 많이 주는 시스템) 호주에서 노동자로 일하면서 가장 큰 장점은 파트타임 근무를 유연하게 선택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파트타임은 정규직이지만 주당 38시간을 풀로 일하지 않는 고용형태입니다. 대신 풀타임 고용형태의 거의 모든 혜택을 똑같이 받습니다. 고용도 안정되어 있고요. 저같은 경우 하루 7.5시간 근무 4일로 주당 30시간을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 둘 다 4일 근무 3일은 같이 쉬는데 이렇게 일하면서 둘이 합쳐 10만달러 정도 수입입니다. 둘 다 세금혜택있는 직장에서 일해서 세금 10% 정도 떼고나면 실제 수입은 8만 달러 정도. 돈은 좀 덜 벌지만, 이 정도만 벌어도 부부가 같이 벌면 사치 부리지 않는 이상 할 거 다하고 살 거 다 사면서 살 수 있습니다. 대신 주 3일을 같이 쉬면서 취미생활도 하고 뒷마당에서 밭농사도 하면서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4. 세금이 적은 편

 

여기도 고소득자는 최대 45% 정도까지 세금을 내는데, 중산층 정도는 보통 18~20% 정도의 세금을 냅니다. 대신 저 18~20%의 세금 안에 의료보험, 쓰레기 처리비용 등 대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처럼 주택 보유세가 비싸지 않아서 (제가 사는 동네는 일년에 지역과 집마다 다르지만 대충 200만원 안밖) 누구나 부담없이 집을 소유하고 살 수 있습니다.

 

5. 생활비도 저렴한 편

 

전기 및 기타 에너지 요금은 다소 비싼 편이지만, 그 외 생활비는 저렴합니다. 미국처럼 식료품비가 말도 안되게 싸지는 않지만 한국보다는 저렴하고, 기름값 역시 미국보단 다소 비싸지만 한국보다는 쌉니다. 하지만 위에 적은 것처럼 세금이 싼 편이고 일반적인 중산층의 경우 소득세와 주택 보유세 외에는 특별히 나가는 세금이 거의 없어서 전체적인 생활비는 미국보다 싼 것 같습니다. 잔병치레가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의료 사보험이 필요 없어서 거기서도 약간 플러스네요.

 

6. 준수한 복지 혜택

 

북유럽 복지천국들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미국에 비하면 복지 혜택이 꽤 좋습니다. 아이를 낳았을 때 육아 비용이 부담되지 않는 수준으로 정부보조가 나와서 (자가주택 소유자가 아닌 경우 렌트보조비 포함 아이 한 명당 평균 월 2,000 달러 정도의 보조가 나옵니다. 아이가 18세 될 때까지요.) 그 외에도 현재 기준 은퇴 후 노후 기초연금이 2주에 1,500 정도 나옵니다. (현재 환율로 한화 월로 따지면 250만원 정도입니다.) 여기에 자기가 직장생활 하면서 따로 적립한 연금도 나오고요. (대신 개인연금이 많을 경우 기초 연금이 줄어듭니다.) 이외에도 실업수당 학자금 혜택 등등 살면서 돈 때문에 아둥바둥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이 큰 나라에서 생산되는 재화 대비 인구수가 적어서 (현재 2천만 조금 넘을 거에요.) 부자들은 엄청나지만 대신 극빈층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이 보장되는 점이 호주의 최대 장점입니다.

 

7. 그나마 나은 인종차별?

 

여기도 인종차별 있습니다. 백인이 주를 이루는 국가는 어디가나 없을 수가 없어요. 특히 외모가 누가 봐도 아시안이라면 말이죠. 다만, 대부분 인종차별은 철없는 10대나 20대 초반이 많이 하고 그보다 나이들면 대부분 철들어서 나아집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미국보다 호주가 낫다고 생각하는 점은 최소한 흑인한테는 차별받을 일은 거의 없다는 거. 미국처럼 백인 -> 흑인 -> 히스패닉 -> 아시안 순으로 계층처럼 나뉘어서 인종차별하는 일은 없는 편입니다. 일단 아프리칸 흑인이 별로 없어요. 호주 원주민인 아보리진들이 좀 있죠.

 

8. 순한 사람들

 

살기가 팍팍하지 않아서 그런지 대부분 사람들이 순하고 유쾌합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겠죠. 제가 호주 대도시인 시드니나 멜번에 사는게 아니라서 더 그렇게 느낄 수 있는데 대도시에 가끔 놀러 가봐도 크게 분위기가 다른 건 못 느꼈습니다. 처음 가는 유색인종 하나 없는 시골 마을에서 어느 상점이나 식당에 들어가도 유쾌하게 웃으며 손님 응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간혹 무뚝뚝한 사람들도 있지만 최소한 유럽 나라들처럼 메뉴도 안 준다던가 대놓고 불쾌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9. 시차

 

시차가 한국과 불과 30분입니다. (제가 사는 곳 기준은 한국보다 30분 빠르고, 시드니쪽은 1시간) 여름에 데이라잇 세이빙 (써머타임 같은 거) 하면 1시간 30분으로 늘어나는데 그래도 밤낮이 다른 미국에 비하면 시차가 적어서 한국의 가족들과 소통할 때 좋습니다. 한국에 다녀갈 때도 시차가 없어서 훨씬 덜 피곤하고요. 

 

728x90

 

그에 반해 단점이라면..

 

1. 빈약한 산업구조

 

흔히 미국을 기회의 땅이라고 하죠. 한국도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아직도 많은 성공의 길이 열려 있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호주는 일단 산업 기반이 너무 약합니다. 내노라하는 세계적 기업도 거의 없고, 호주 내 대기업이라봐야 광산업이나 농업, 와인산업같은 1차 산업 분야에 몇 개 있는 정도라.. 치열하게 노력해서 무언가 성공을 이뤄보겠다 이런 사람들한테 그리 적합한 나라는 아닙니다.

 

2. 교육의 질

 

교육 산업이 꽤 높은 순위의 나라임에도 이걸 왜 단점이라고 썼냐면.. 호주 대학 학위가 국제적으로 그리 알아주지 않는 편입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호주 대학교 학위는 그닥 쳐주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호주 대학교 학위는 호주 영주권 따고 여기서 살 사람에겐 필요할지 모르지만, 영어 + 대학교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호주보다는 미국이나 영국으로 유학가는 쪽이 낫습니다. 영어도 영국식 영어라고는 하는데 실제론 그냥 사투리 영어에요. 여기서 영어발음 배워가서 미국이나 영국 유학파 애들 앞에서 영어 쓰면 웃을지도.. ;;

 

3. 비싼 공산품들

 

정확히는 공산품이라기보다 전자제품류가 대부분입니다. 옷이나 생활잡화 같은 건 옆에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산 제품들이 저렴하게 들어오는데, 전자제품류나 자동차같은 것들은 미국에 비해서 많이 비쌉니다. 평균 1.3~1.5배 정도 가격인 것 같네요. 대신 호주 사람들이 유행에 민감하지 않고 최신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적은 편이어서 신제품이 나오면 제품 구하기는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팬데믹 이후엔 공급물량이 줄어서 좀 어려워졌지만 그 전엔 사고 싶은 신제품은 왠만하면 쉽게 구할 수 있었죠.

 

4. 심심한 호주

 

예전에 심심한 천국, 즐거운 지옥이라는 책이 유행했던 적이 있죠? 제가 사는 동네는 우리나라로 치면 광주 정도 되는 도시인데도 그 흔한 놀이공원이 하나 없습니다. 대신 일년에 두어번 유랑극단(?) 식으로 놀이기구 운영을 하죠. 호주 전체로 봐도 놀이공원이 몇 개 안됩니다. 놀이 공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놀이 문화에서 미국은 커녕 우리나라에도 한참 못 미칩니다. 저처럼 자연을 좋아해서 쉬는 날이면 교외에 나가서 바람쐬는 사람은 크게 문제 없는데 화려한 놀이문화 좋아하는 사람이면 시드니나 멜번같은 대도시 살아도 만족하지 못할 거에요.

 

5. 다양하지 못한 자연환경?

 

미국은 동부, 중부, 서부가 다 색다르고 자연환경이 매우 뛰어난데 반해, 호주는 어디가나 다 비슷비슷하고 내륙은 거의 통째로 사막이라 다양성이 좀 떨어집니다. 특히 삼림의 90%가 유칼립투스 나무라서 어디가나 다 똑같은 유칼립투스 나무만 울창합니다. 게다가 유칼립투스 나무는 상록수라서 (그런데 싱싱한 초록색이 아니라 일년 내내 채도 확 빠진 시들시들한 초록색 -_-;;) 가을에 단풍 구경도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심은 가로수 정도 밖에 없습니다. 눈오는 지역도 매우 한정적이고요. 제가 사는 곳은 눈이 일년에 한번 올까 말까여서 눈구경이 늘 그립습니다. 퀸즐랜드 바닷가가 좀 좋긴 한데 그것도 카리브해 같은 곳에 비하면 그닥..

 

 

이민와서 20년 가까이 살아보고 느낀 건, 그냥 자기 태어난 나라가 최고라는 겁니다. 특별히 한국에서 사는데 큰 문제가 없으면 그냥 내나라에서 사는게 최고에요.

 

 

'romantic' 님의 글을 옮겨 왔습니다.

 

.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