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엔화는 지금까지 기축통화인 달러에 버금가는 안전자산의 대표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 때에도 엔화는 20.3엔이 상승,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에도 엔화는 7.3엔 상승,
2020년 코비드 19 팬데믹에도 엔화는 5.9엔이 상승 그런데 그렇게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
지던 일본 엔화의 가치는 달러당 125.41엔으로 6년래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지난 2016년 2월에도 지금과 비슷한 약세를 보이기 시작하던 엔화는 당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 순풍을 타고 2016년 8월에는 100엔 밑으로 가치가 단숨에 18.1% 상승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엔화가 왜? 가치하락이 되었는가?
몇 가지로 그 원인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가장 근본적인 원인 - 일본의 국가부채와 경제성장률.
일본의 경제는 거품 붕괴가 일어나기 직전인 1989년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4% 정도로
매우 건전하고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거품 붕괴가 일어나면서 부동산, 건축, 금융 등 복합불황이 일어나 ‘잃어버린 30년’이란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고, 복합불황을 해결하기 위해 확장 재정 및 금융, 규제 완화 정책을 폈습니다.
그 후 국가 총부채가 급격히 늘어나 IMF가 발표한 2020년 기준 254.13%를 기록했습니다.
2021년에는 1,212조 4,680억 엔으로 GDP 대비 260% 정도로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게 되면 엄청난 이자 부담이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일본 경제는 2018년 10월 단행된 소비세 인상 여파와 2020년 코비드 19 팬데믹의 영향으로
2019년 – 0.2%, 2020년 – 4.5% 두 해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상황의 일본이 국가부도가 나지 않는 원인
○ 정부의 금융자산이 많다. 2019년 3월 기준 614조엔.
○ 세계 최대의 대외순자산 보유국.
○ 가계의 금융자산 1,900조 엔.
○ 세계 최대의 순 채권국.
○ 일본의 국채는 96% 일본의 투자가가 엔으로 구매, 나머지 4%는 해외투자가가 엔으로 구매.
- 국채 상환을 해야 하면 엔화를 대량 발행해서 상환할 수 있다는 의미.
2. 직접적인 원인 -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차이.
미국의 고물가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해 미 연준은 3월 금리 25bp 인상에 이어 빅스텝을
실행하느냐 마느냐의 선택에 놓여있지만,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한다는 입장입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일본은 0%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고 30년 동안
임금이 오르지 않는 디플레이션(Deflation) 상황입니다.
일본의 경우 나쁜 디플레이션(Bad Deflation).
앞서 이야기 한 대로 일본의 국가부채는 1,200조 엔이 넘는 상황으로 금리 인상을 할 경우,
갚아야 할 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기 힘든 것입니다.
이처럼 미국의 금리는 오르지만, 일본의 금리는 제로금리를 유지하면서 전 세계의 자산이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 디플레이션(Deflation)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의 반대개념으로,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인플레이션에
비해 발생 빈도는 낮습니다.
좋은 디플레이션(Good Deflation)
기술이 크게 진보하여 시장에 총공급이 늘어나게 되어서 발생하는 디플레이션을 말합니다.
생산 기술이 크게 진보하게 되면 기업은 단위당 생산비용이 낮아져서 같은 생산비용에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고,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에 가격이 하락하게 됩니다.
이렇게 물가가 하락하더라도 기술 발전으로 생산성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게 되면 기업의
이윤은 줄어들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19세기에 유럽과 미국에서 발생한 예가 있습니다.
나쁜 디플레이션(Bad Deflation)
수요가 감소해서 발생하는 디플레이션으로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상품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가
감소하고 물가가 하락하게 됩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생산성이 올라간 것이 아니므로
기업들의 이윤은 줄어들게 됩니다.
돈의 가치가 상승하고 부채의 실질 가치도 상승하게 되며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린 기업
들의 부담도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윤 감소와 부채에 대한 부담으로 기업들이 도산하게 되고 실업자가 늘어나 경기침체가 더
깊어지게 됩니다.
그리하여 수요가 더 감소하고 물가는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됩니다.
일본이 대표적인 나쁜 디플레이션의 예입니다.
끔찍한 디플레이션(Ugly Deflation)
극심한 경기침체 때문에 발생하는 디플레이션으로 미국에서 1930년대에 발생한 대공황으로
발생한 디플레이션이 대표적 예입니다.
기업은 물론 은행까지 도산하고 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3. 직접적인 원인 – 무역적자. 높은 원자재, 에너지 자원 가격.
2012년 아베노믹스 이후 누적된 무역적자가 30조 엔이 넘은 상태에서 2022년 1월에는 1조 1천 8백억 엔으로
1985년 이후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경제성장률은 오르지 않는 상황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및 에너지 자원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에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안전자산이라고 여겨졌던 엔화는 이제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받는 자산이 되었고,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일본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4. 직접적인 원인 – 일본 해외 보유자산의 변화.
일본은 335조 엔에 이르는 세계 최대 대외순자산 국가이기 때문에 유사 시 해외 자산을 팔아
엔화를 사들일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2010년만 해도 일본의 대외순자산은 주식, 채권이 46%, 직접투자가 20%로 즉시 처분할 수
있는 자산이 많았지만, 2020년에 대외순자산은 주식, 채권 등이 28%이고, 기업 인수 등 직접
투자가 47%로 즉시 처분할 수 있는 자산이 줄어들게 된 것입니다.
5. 직접적인 원인 – 장기적 관점에서 일본 경제에 대한 회의적 시각.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고 이를 대체하기 위한
생산성 혁신도 없는 상황입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은 엔화 가치하락이 나타나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을 뿐 이미 전 세계의
많은 투자자는 일본 경제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6. 직접적인 원인 – 엔 캐리 트레이드 대체.
엔 캐리 트레이드가 2007년 정점에 오른 뒤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상당 부분 청산되고
미국 달러 캐리 트레이드로 대체되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가 그동안 제로금리 정책을 이어가면서 달러화를 빌리는 비용이 엔화보다
싸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저금리, 풍부한 유동성, 위험 회피 성향 완화 등으로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확대되었지만, 이 부분은 다시 미국의 금리가 올라가면 엔 캐리 트레이드로 대체 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돈을 빌린 다음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하여 이득을 취하는 금융
거래를 말합니다.
단순하게 예금거래를 하거나, 예금이자가 낮다면 주식투자 등을 하는 것도 모두 해당합니다.
○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일본의 제로금리를 활용하여 엔화를 빌려서 달러나 제3국에 투자하는 금융거래로 이자 부담
이 적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다른 나라의 수익이 되는 모든 사업에 투자하는 거래입니다.
2000년대 중반 세계적인 부동산 광풍의 원흉으로 엔 캐리 자금을 지목한 적도 있습니다.
7. 구로다 라인.
2015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엔저가 더욱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당시 달러당 엔화 가치가 125엔 수준까지 떨어졌던 상황이 안정된 적이 있었습니다.
외환 시장이 일본은행의 최후방어선으로 받아들이는 환율이 바로 이 구로다 라인입니다.
1달러당 125엔.
금일 엔/달러 환율은 125.44엔으로 구로다 라인에 있는 상황입니다.
8. 엔화 가치 전망.
현재 시장에서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두 번째 임기가 마무리되는 2023년까지
엔화 약세를 용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입니다.
일본의 물가 상승률이 올해 목표치인 2% 가까이 오른다고 하더라도 그 수준이 지속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일본은행은 엔화 약세가 전반적으로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쪽인 듯하며 이 관점
은 당분간 바뀌지 않으리라고 예상합니다.
4월 말부터 5월을 시작으로 드라이빙 시즌이 시작되므로 해당 시기 수요가 폭증하게 되어 국제
유가가 배럴 당 110불 이상 유지하게 된다면 구로다 라인이 붕괴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9. 엔화 약세의 영향.
우리나라는 전 세계 무역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으므로, 산업 여러 분야에서 엔화 약세로
우리의 경쟁력이 약화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같은 분야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 기업들의 가치를 낮추고 주식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겠습니다.
반대로 일본에서 수입하는 부분에서는 부품 수입 가격이 낮아져서 원가 절감이 가능한 부분도
있습니다.
업종에 따라 유불리는 달라지지만, 우리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빠른 인구감소가 진행 중인 한국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10. 아베노믹스.
아베노믹스는 제대로 된 치료가 필요했던 일본 경제에 진통제를 주사하여 일시적인 고통만을
잊게 만들어 준 경제정책이었습니다.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의 많은 기레기들도 이 아베노믹스를 빨아주기에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일본식 양적완화를 실시하면서
금융완화 → 엔화 약세(엔저) → 수출 증가 → 기업이익 증가 → 주가 상승 → 투자 증가 → 임금 상승 →
소비 증가라는 선순환 시나리오를 썼으나,
그것은 희망이었을 뿐, 낙수 효과는 없었고, 수출은 늘어난 반면 수입 물가도 급등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애초에 기업이익이 증가하여도 일본 기업들은 일본에 투자하지 않았고, 임금 상승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임금이 상승하지 않았으므로 소비 또한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주요 경제 통계의 조작을 통해 부풀려 발표했다가 대대적인 역풍을 맞고
일본 내에서의 평가는 아베노리스크가 된 것이 현실입니다.
이처럼 체질 개선을 통한 경제의 치료가 우선되었어야 할 일본의 경제는 진통제 처방에 의한 일시적 고통을 외면한 처방으로
더욱 나락에 떨어지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일본의 위기는 우리가 매우 경계해야 할 사항입니다.
일본은 자국의 위기 때마다 그 시선을 국외로 돌리기 위해 여러 사건을 일으켜왔습니다.
임진왜란도 그러하고 특히, 한반도 내에서의 전쟁(한국전쟁)은 이들에게는 신이 내린 기회라고
여기며 호시탐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붕(鵬)™🎗' 님의 글과 사진을 옮겨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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