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보따리

'딸 업고 1㎞ 넘게 달렸다' ..... 이태원 생존자 부친 증언

딸랑이* 2022. 11. 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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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에 사는 장모(62)씨는 지난 29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20대 딸을 잃을 뻔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눈앞이 캄캄하다.

그날 친구들과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이태원으로 놀러간 딸에게서 휴대전화로 전화가 왔다.

딸은 수화기 너머 다급한 목소리로 “옆에 사람 다 죽었어”라고 장씨에게 믿을 수 없는

얘기를 꺼냈다.

순간 귀를 의심한 그는 무슨 얘기인지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계속 통화가 끊어지는 탓에

더 이상 딸과 길게 통화하지 못 했다.

잠시 후 딸에게 도착한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장씨는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직감하고

곧장 택시를 잡아타고 딸을 보호하고 있는 이태원파출소로 향했다.

(중략)

장씨는 “딸의 전화를 받고 이게 뭐지 싶었는데 밤 11시반쯤 ‘심정지 50명’이라는 뉴스가

떴다”며 “그때 택시를 타고 이태원 부근에 도착했는데 교통 통제로 인해 도로가 막혀

차에서 내려 1.5㎞ 가량을 뛰었다”고 말했다.

파출소에 도착한 장씨는 우선 딸의 몸상태를 살폈다. “파출소 안에 우리 딸을 포함해

네 명 정도가 누워 있었는데 딸의 상태가 빨리 병원으로 이송돼야 할 정도로 안 좋았다”며

“그런데 사망자가 너무 많아 경찰과 소방이 그쪽을 먼저 대응하면서 딸 순번까지 오려면

최소 서너 시간은 걸릴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이어 “사망자 수습이 우선이라서 배정이 안 될 것 같다고 하는데 딸은 되게 고통스러워하고

완전히 도로는 통제돼 일반 차가 못 다니는 상황이었다”며 “결국 택시라도 탈 수 있는 쪽으로

나가려고 딸을 등에 업고 1㎞ 넘게 뛰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한참을 뛰었는데도 택시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장씨는 도로를 통행하는 아무 차량

이라도 얻어타려고 도움의 손길을 청해봤지만 이마저도 뜻대로 안 됐다.

그 순간 장씨에게 30대로 보이는 남녀가 다가와 병원까지 태워주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BMW 흰색 차량에 장씨와 딸을 함께 태우고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까지

데려다 줬다.

그런데 이곳도 앞서 실려온 사상자들로 이미 다른 환자를 받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장씨와 딸을 태워준 젊은 남녀는 처음 본 낯선 부녀를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도왔다.

장씨에게 사는 곳을 물어본 뒤 집 근처에 위치한 분당차병원 응급실까지 무사히 태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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