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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일들로 마음이 참담합니다 ..... 현직 중학교 교사가 쓴 글

딸랑이* 2023. 7. 24.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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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일들로 참담한 마음이 듭니다.

 

교권 현실이 진짜 그렇나?라는 글이 보이는 순간 참.. 먹먹함이 밀려오더군요.

 

일의 경중을 떠나 제가 있는 학교에서 7월달에 있었던 소소한 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인기순, 중요도순이 아닌 최신순입니다)

 

2학년 3반에서 모교사가 열심히 수업중입니다.

2학년 7반 ㄱ학생이 3반 교실로 들어옵니다.

빈 책상에 앉더니 폰을 꺼내고 소리를 켜고 게임을 합니다.

 

수업 중이던 교사는 말합니다

 

너 뭐하는 거냐 지금.

너네반으로 가라. 수업 방해행위다.

 

ㄱ학생은 어떻게 나왔을까요?

 

싫은데요. 어쩔건데요. 씨발

( 게임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

 

여기서 2023년 현재, 교사는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입니다.

 

모 교사는 39세 키 180에 신체 건장한 남교사이고

ㄱ학생은 키 160도 안 되는 15세 남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학생의 신체를 건들 수도, 강제로 쫓아낼 수도 없습니다.

 

무력감이 밀려옵니다.

 

학생이 욕을 해도, 반말을 해도, 수업 방해를 해도

그 순간에 교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주먹이 웁니다. 줘패버리고 싶다는 생각과 쌍욕이 목끝까지, 혀 끝까지 차오릅니다.

길에서 만났으면 말도 못 걸 녀석이 상대가 교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악용하는 모습에 치가 떨립니다. 하지만 교사는 소리조차 지르지 못 합니다.

 

이렇게 시간은 흐르고 교실에 있는 다른 모든 학생은 그 한 명 때문에 학습권을 박탈당했습니다.

 

다른 학생들도 느끼겠죠.

와..저 쌤은 아무것도 못 하고 저 애는 계속 게임하는구나.

 

10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이 있으면

교사는 "이 새끼가 지금 뭐하는 짓이야! 폰 내놔!

빨리 너네 교실로 안 가!"라고 소리 지르고 쫓아냈겠죠.

 

나중에 학부모랑 통화하게 되어도

'죄송합니다 선생님 저희가 자식 교육을 잘못 시켜...'가 기본 전제였습니다.

 

지금은요?

 

두렵습니다.

 

내 말 한 마디, 내 행동 하나가 나중에 어떻게 해석되어 아동학대로 고소 당하게 될지 두렵습니다.

 

학부모요? "아니 애가 좀 그럴 수도 있지. 그렇다고 교사라는 사람이.."

 

학생이 어떻게 나올지도 두렵습니다

내가 여기서 더 세게 나가라고 말하면 순순히 나가줄지, 아니면 더 쌍욕을 하면서 나한테 기어오를지,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면 난 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모든 게 두렵습니다.

 

물론 추후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열 수 있습니다.

교사 의견서를 내고 당시 주변 학생들의 의견서를 받아서 위원회를 엽니다.

 

 그래봤자 퇴학은 없습니다.

해당 학생이 첫번째 건이라면 가장 높은 처벌은 학급 교체.

같은 학생이 두번째 건이라면 최고 수위는 강제 전학입니다.

시쳇말로 폭탄돌리기를 합니다.

하지만 최고 수위 처벌은 잘 나오지 않습니다.

 

출석정지 5일.

 

ㄱ학생은 좋아합니다. 학교를 안 와도 됩니다.

 

ㄱ학생은 아무 두려움이 없습니다.

 

< 어쩌면 출석정지를 당하고 싶었던 걸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러지 않았습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도, 교내 흡연을 하던 학생도 이러지는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잘못 했습니다. 집에도 연락하나요?

쌤 한번만 봐주시면 안돼요?

 

잘못을 하다 걸리더라도 이게 기본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교사를 해온 10여년 동안 뭔가 서서히 바뀌어 갔습니다.

 

예상치 못한 학생들의 돌발 행동.

상식을 넘는 학부모의 자식 쉴드. 그리고 민원 제기.

이제 고소까지.

 

교사들은 내 차례가 언제가 될지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저는 학창시절 교사들한테 더럽게 많이 맞았습니다. 왜 맞는지도 모르고 맞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 제 뺨을 수없이 때렸던 교사는 어느 학교의 교장이 되어 있더군요(지금쯤 퇴직했겠네요)

앞머리가 3cm를 넘었다며 맞은 날도 있었습니다.

 

그땐 교사들이 참 두려웠습니다.

 

교사가 된 저는 10년이 넘는 교직 생활동안 단 한 번도 학생을 때린 적이 없습니다.

저도 맞은 게 아직 트라우마로 남아있는데 내가 교사가 됐다고 학생을 때리고, 상처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두렵습니다. 제가 학생 하나 잡고, 잡아 족쳐버릴까봐 두렵습니다. 주먹이 부들부들

거립니다. 정말 기본이 안 된 학생들, 가정 교육이 안 된 학생들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죄의식이 없는 그들의 뒤에는 무책임한 학부모가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어떤 사고를 저질러도

그들의 기준으로는 별일 안 생긴다는 걸 철저하게 학습해 왔습니다.

 

그들에게 교사는 세상 만만한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참으로 지치고 무력한 나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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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 하나가 수업 조지겠다고 들면 그대로 조져지고 아무것도 못함

 

가장 불쌍한건 수업 할 때 또라이때문에 아무것도 못배우는 다른 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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