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잼버리 마치고 집에 돌아온지도 이번 주말이면 2주가 됩니다.
잼버리 기간 중에 급하게 이것저것 여쭙기만 하고 푸념만 해서 미안했었는데,
생각난김에 우리집 딸의 잼버리 후기를 올립니다
캐나다 팀은 7월 28일 저녁때 한국에 도착해서 이틀은 수원에 있는 대학 기숙사에 묵으며 놀고(잠실 롯데 월드를 포함해서),
그 다음 이틀은 전주대학교 기숙사에서 보냈습니다. 친정엄마가 광주에 사시는데, 전주가 가까운 까닭에 카톡으로 어찌어찌 연락해서 손녀 얼굴 한번 보시고 제가 급히 부탁한 등산복 긴바지 두벌(그 때 화상벌레뉴스를 처음 듣고 기겁을 하던 때 였거든요) 을 두손에 꼭 쥐어주셨답니다.
드뎌 8월 1일 새만금으로. 이야기를 좀 종합해 보면 딸 그룹이 처음 배정받은곳도 물이 흥건힌 곳이었나봐요. 어른 스카우터들에게 묻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처음 배정받은곳에서 텐트 못친다고 결론을 내고 새로은곳으로 각자 배낭이랑 빠레트 텐드 다 옮겨서 좀 마른곳에 텐트를 쳤나봐요. 새 장소로 짐을 옮기는데만 두시간이 더 걸렸다고 하더라구요. 몇일 지나고 화상통화 잠깐하면서 자기 텐트라고 보여줄때는 마른 땅이어서 처음부터 그런지 알았는데 말이죠.
담날 잼보리 개영식하는 8월 2일. 개영식 참여하려고 엄청 걸었고, 같은 그룹의 어른 스카우터가 그러더레요. 자기가 응급실 간호사인데 평생 봤던 구급차보다 더 많은 구급차를 그날 봤다구요. 우리딸이 손잡고 있던 아이 하나도 더위에 쓰러져서 구급차로 옮겨졌다고 하더라구요.
8월 3일. 드뎌 엄청 덥다는 뉴스가 도배를 하고, 의료팀으로 옮겨진 대원이 500명이 넘는다는 뉴스. 근데 우리딸은 카톡을 딱 한번보냈는데 " I am good. 엄마 사랑해요. wifi 나빠요. 전화 다 못해요".
그래도 IT 강국인 한국인데 다른건 몰라도 인터넷은 확실할줄 알았거든요. 엄청 배신감. 밤에 카톧받고 넘 심난해서 그날 바로 어른 스카우터에게 잘 있냐고 이메일을 세명에게 보냈더니 세명이 각각 바로 답장을 보내줬어요. '우리 그룹은 다행히 잘 있고, 어제부터 음식도 충분히 나온다. 당신딸은 틈만나면 엄청 재미나게 트레이딩( 뺏지교환)을 하고다닌다. 걱정마라' 이 메일 받고 마음을 가다듬고 뉴스에서 눈을 떼려고 노력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본인도 이 기간동안이 제일 재밌었데요. 원래 2일부터 11일까지열흘간 대회였는데, 태풍때매 7일에 일찍 새만금에서 나욌으니까 6일간 있었쟎아요. 그 사이 이야기를 물어보면 어떤 활동을 했다는 이야기는 한번도 듣지 못하고, 담쟁이 덩굴로 만든 터널에서 다른나라에서 온 애들이랑 "트레이딩" 했다는 이야기만 잔뜩해요. 자기 물건 몇개랑 다른애꺼 물건이랑 교환하는거. 주로 뱃지가 대상이지만 캐나다 셔츠랑 바꿨다고 스위스 잠바를 하나 업어왔어요. 품목마다 뺏지마다 선호도가 있어서 두개줄께, 세개면 되겠니? 협상도 하고. 그중에 맥시코 뱃지랑 맥시코 모자가 단연 최고의 품목이었노라고. 자기는 맥시코꺼 갖고 싶었는데 상대가 안한다고 해서 못가졌데요. 근데 그 품목을 나중에 식당에서 맥시코 어른 대원이랑 교환해서 받았다고 자랑.
거의 대부분의 뱃지를 어느나라 애와 내꺼 어떤뱃지와 교횐했는지를 다 기억하더리구요. 8월 7일에 새만금 밖으로 떠나기로 결정이 됐을때 활동 중단에 대한 불만보다 트레이딩을 못하게 되었다는 거. 오늘이 트레이딩 마지막 날이어서 마지막 순간까지 트레이딩을 위해 desperately 노력했다고. 그렇게 기억력이 유난한 애는 절대 아닌걸 감안하면, 정말 그게 너무 좋았나봐요. 다른 애들도 트레이딩을 더 못하게 되는걸 제일 속상해 했데요.
8월 7일. 새만금에서 버스로 이동한 날. 그 전날 또 어른스카우테에게 이메일을 했죠. 자꾸 미안한데, 혹시 서울에 홈스테이로 들어가냐고.. 그뉴스는 정말 최악의 뉴스였거든요 제게. 답장이 하룻밤새 왔어요.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홈스테이는 아니다. 나중에 딸이 그러는데 스카우터들이 자기를 막 찾더니 버스기사에게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라고 했데요. 자기가 거기서 (어설프게) 한국말하는 유일한 단원이어서. 기사님께 물어봤더니 아주대학교 기숙사로 간다고 했데요.
기숙사에서는 아주 잘 해준거 같아요. 숙소도 좋았고(더위에 텐트치고 살다가 에어콘 나오고 샤워실있는 기숙사라니), 대학교에서 줬다고 여행용 파우치, 열쇠고리, 그럴싸한 슬리퍼까지. 식사도 좋았고. 딸에게는 속을 다 내놓고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엄청나게 대학에서 삥을 뜯었구나 싶어서 속이 안좋았습니다. 수원사는 동생이 짬을내서 조카데리고 만나러 갔는데 엄청좋은 기숙사였다고 하더라구요. 한국 스카운트 대원들 소식도 들은터라 엄청 미안하고 화가 났습니다. ㅠㅠ
기숙사로 오고나서 부터는 정말 관광이 되었죠. 수원근처 수목원에 두군데 갔다고 하고, 수원화성 구경가고. 그 말많았던 콘서트는 나름 재미있게 본거같이요. 신기했겠죠 콘서트에 한번도 안가본 촌아가씨에게 말이죠. 가수들 얼굴이 스무명정도 나오는 A4 크기 급조 팜플렛도 받았고(접었다 편 자리엔 보풀이 일어남), 싸인이 들어간 씨디도 하나 있고.(발라드 가수인듯. 내 귀에 가사가 쏙쏙 들어오는 느린곡이 첫 곡. 애들이좋아할까???) 제일 마지막에 머리 벗겨진 아저씨나와서 이야기할때 다들 파도타기 하고 놀았다고 파도타기 동영상도 보여줬어요.
돌아와서 삼일정도 낮이 밤인듯 밤이 낮인듯 자고나서는 그래도 별일없이 건강합니다. 잼보리 어땠어? 물으면 '좋았어' 라고 하구요. 얘는 뭘 물어도 좋았어 라고 대답하는 애라서요. 일단 이번 잼버리는 준비하는 한국정부에서 너무 준비를 안했다는 얘기랑 돈이 잘못사용되었을거라는거, 화장실 숫자 턱없이 부족한거랑 청소를 용역에게 맞긴지 않은것도 돈때문. 아주대 기숙사랑 k-pop 콘서트는 정부의 압력으로 급히 투입된거라는 대략적인 이야기는 해주었는데 나중에 시간이 좀 흐르고 비교 대상이 생기면 자기 기준이 생길거라 기대합니다.
아래 사진들은 딸이 한땀한땀 바느질하시는 캠프파이어 블랭킷. 어렸을때부터 받았던 뱃지들을 가슴에 훈장처럼 달고 캠핑가서 놀죠. 초등 저학년때 받은거라 이젠 무릎까지도 안내려오는 길이지만, 이젠 등판에 저 뱃지들을 다 직접 달거라고 거실에 늘어놓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 나라마다 느낌이 다르더라구요. '준비'라고 새겨놓은 한국호랑이 뱃지랑 전북스카웃 배지에 가슴이 찡 합니다. 긴 글 읽어주심에 감사합니다.
'상상여행' 님의 글과 사진을 옮겨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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