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보따리

메리 크리스마스!🎄🎄🎄 ..... 어제 저녁 명동 성당에 갔습니다

딸랑이* 2022. 12. 25.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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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이브에 거리 혼잡할까봐 명동 거리상인들이

자진해서 노점가게 닫는다더니 정말 전부 닫았더라구요.

 

도착한 시간이 늦어서인지

학창시절의 활기찬 그런 명동은 아니었지만 좋았습니다.

 

 

'Serena그런블리' 님의 사진과 글을 옮겨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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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우울증 ..... 마광수

 

꼭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 이브의 저녁은 웬지 쓸쓸하다. 그날 저녁엔 무슨 

약속이라도 하나 되어 있어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우리를 괴롭힌다. 12월 31일 밤도 역시 

외롭다. 애인과 데이트를 하며 새해를 맞이하고 싶고, 어느 화려한 송년회 모임에 예쁜 

애인과 함께 참석하고도 싶다. 나는 대학시절 이래로 줄곧 <연말 우울증>을 겪어 왔는데, 

지금이 11월 초순인데도 벌써부터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 본 두 편의 영화가 내겐 무척 인상적으로 추억된다. <막달리나>는

크리스마스 캐럴인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작곡에 얽힌 이야기인데, 그 노래를 만든 성

당 신부와 막달리나라는 이름의 창X와 나누는 맺지 못할 사랑을 그리고 있다. 영화 가운

데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바이올린 연주에 맞춰 남녀 주인공이 춤추는 장면이 나온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은 어느 로맨틱한 분위기의 시골 카페에서의 일이다. 나스타샤 킨스

키의 매력도 매력이었지만 손님들끼리 자연스럽게 어울려 춤을 추면서 즐길 수 있다는 것

이 나로서는 몹시 부러웠다.

 

또 한 편의 영화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이다. 해리와 샐리는 자존심이 센 사람들이

어서 만난 지 10년이 넘도록 결혼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어느해 12월 31일 

날 밤, 해리는 송년(送年)의 밤을 혼자서 버텨내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고독감에 

못이겨 미칠 듯이 샐리에게로 달려간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개봉 시기가 안성맞춤으로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았다. 이 영화를 11월이나 12월에 본 외로운 관객들은 더욱 더 감동의 상

승효과를 경험했을 게 뻔하다. 이 영화의 주제는 말하자면 <결혼만 잘하면 만사 오케이>

라는 식의 미국식 가족중심주의인 셈이어서 나는 내심 못마땅했으나, 그래도 남자 주인공

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요즘도 가끔씩 농촌의 노총각들은 외로움에 못이겨 자살까지 하고, 도시의 밤거리에는 고

독에 찌들 대로 찌든 외로운 군상(群像)들이 휘황한 네온사인 사이를 누비며 공허한 방황

을 계속해 대고 있다. 독신주의자가 점점 늘어나고 이혼녀나 이혼남의 숫자가 점점 더 많

아지고 있는데,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저녁 때 혼자 들어가 술 한잔 마셔 가며 조촐하게 외

로움을 달랠 수 있는 장소가 없다. 영화관엘 가도 온통 연인들 쌍쌍이요, 카페에 가도 남녀 

커플들이 대부분이다.

 

외로움을 무조건 <급조(急造)된 결혼>만으로 해결하려든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모한 도박

이 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이젠 <독신자 문화>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싱

글 바(single bar) 같은 거라도 많이 생겨나 외로운 군상들이 좀 더 당당하게 고독을 때워나

갈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현진건의 유명한 단편소설인 [B 사감과 러브 레

터]에 나오는 B 사감은 심술궂은 독신녀다. 소설에는 <찰진 야소꾼이요, 얼굴은 곰팡슬은 

굴비를 연상케 한다>고 묘사되어 있다. <야소꾼>이란 야소교(耶蘇敎) 신자, 즉 기독교 신

자라는 말인데, 그 당시의 상황에서는 독신녀가 외로움을 달래 수 있는 대상이 교회와 예

수 그리스도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도 중년부인이 가정 살림을 제쳐 두고 완전한 광신자로 변해 버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대개는 애정결핍이 주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보면 얼굴이 <곰팡슬은 굴비>

처럼 되어 버리고, 입으로는 사랑을 외쳐대지만 마음속은 온통 증오로 가득차게 된다. 노처

녀 노총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B 사감은 <노처녀>라서 그렇게 되었던 게 아니라 <사랑

을 공급받지 못해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독신자들이 결혼과는 별도로 외로움을 풀 

수 있는 분위기가 한시바삐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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