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현재 중3인 학생부터 고등학교 교육과정 및 대입제도가 크게 변화합니다.
요약하자면 "고교학점제 + 내신 5등급제"의 시행인데요.
최선을 다해 그런 아이들을 대합니다만... 최고의 스승은 역시 부모님입니다. 저같은 사람은 그오늘은 위 글에 더해, 보다 실전적인 예상 및 대비법을 간단하게 붙여봅니다. 결론만 쓰는 것이고 제가 그렇게 예상하게 된 과정은 굳이 길게 나열하지 않겠습니다
<평가>
(전적으로 저 개인의 생각입니다)
1) 국어에서 선택과목을 없앤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작/언매의 구별은 생각만큼 의미가 크지 않은데도 불필요한 고민과 논란만 계속되어 왔으니까요. 국어능력을 평가하는 수능의 취지를 생각하면 선택과목은 국어에서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수학에서 미적2/기하를 평가하지 않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서울대 공대 신입생이 미적을 모른다"던 개탄이 다시 쏟아질 텐데, 과연 그것이 바람직한 것일지요. 교육부 시안에서는 심화수학을 두려 했는데, 국교위가 그거 하지 말라고 해서 제외시켰지요. 이렇게 되면 오히려 사교육은 심해질 것이고, 킬러문항은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수학에서는 과목이 줄어들수록 시험과목의 난이도는 대폭 높아지니까요.
3) 내신에서 "논/서술형 내신 평가를 강화"한다는 말은 공염불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구체적인 목표치 제시 없이 "강화"한다는 말의 공허함은 잘 아실 것입니다. 본래 아예 수능도 논/서술형으로 출제해야 한다는 제안이 이미 10여년 전부터 있어 왔는데, 이번 대입개편안에서도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네요. 그래놓고 내신에서 서술형을 '강화'한다는 추상적인 말만 한 것이 도대체 실효성이 있을까요? 저는 매우 부정적입니다.
<대책>
1) 젓가락질 가르치듯 글씨쓰기 습관을 들일 것. 절박하게 (어릴수록)
초등생 컨설팅 상담을 할 때, 과목을 불문하고 제가 첫번째로 강조하는 것은 선행도 독서도 아닌 "집필법과 글씨"입니다.
-> 이번 교육부 확정안이 아니더라도 내신에서 글씨 문제가 없는 학생이 대단히 유리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수행평가도 지필 서술형도, 글씨 걱정할 필요없이 내용에만 집중해서 공부하면 되니까요.
-> 아기 때부터 스마트 기기에 중독된 아이들은 제대로 연필 잡는 법조차 안 되어 있고, 그 결과 글씨도 엉망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상태에서 아무리 학원 돌리고 과외 붙이고 선행수업 몰아붙여봤자 아이들은 스트레스만 받습니다.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마라톤 못 뛴다고 학대하는 꼴이니까요. 글씨쓰기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교정해주시기 바랍니다. 젓가락질 습관 들이듯이 말이지요.
2) 이민 보낼 것 아니면 국어실력부터 잡아줄 것
이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분도 많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소위 '영어몰입교육'이랍시고 영어유치원과 영어 선행이 당연한 것처럼 된 이 나라. 초등생이 토플을 풀고 수능을 풀어야 정상인 것처럼 된 이 상황은 분명히 정상이 아닙니다. 영어는 우리에게 '배워두면 유용한' 도구일 뿐입니다. 결코 국어를 대체할 정도가 아니지요. 그러니 우선 국어로 생각하고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이 익숙해진 상태에서 영어건 뭐건 외국어를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정상적인 언어생활이 가능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제가 현장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국어건 영어건 수준 이하의 말글 실력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그 수준은 2010년 이후로 분명히 점점 하락하고 있음을 느끼구요. 영어유치원에 들일 돈과 시간을 우선 국어실력 잡기에 들이시길 권합니다.
3) 독서 - 반드시 읽은 것을 표현하는 기회를 계속 줄 것
하도 독서/문해력/발표력 등등의 중요성을 내세운 마케팅이 많다보니 요즘 웬만한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하십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바닥인 경우가 많은데... 집집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기본 법칙은 "읽은 것을 말과 글로 표현할 기회를 계속 주는 것"입니다. 그 수많은 사교육 기관들. 즉 논술학원 독서학원 등등도 바로 이걸 부모님 대신 해주겠다는 것이에요. 그러나 아이가 어릴수록 이 표현의 기회는 반드시 부모님과 함께 해야 합니다. 그걸 안하고 있다가 나중에 저같은 사교육계에 아이를 맡기시는 건, 웬만한 시간과 비용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저는 나름 최선을 다해 그런 아이들을 대합니다만... 최고의 스승은 역시 부모님입니다. 저같은 사람은 그 다음이죠.
위 글에 더해, 보다 실전적인 예상 및 대비법을 간단하게 붙여봅니다. 결론만 쓰는 것이고 제가 그렇게 예상하게 된 과정은 굳이 길게 나열하지 않겠습니다.
(전제 : 인서울 명문대, 혹은 인정받을 만한 대학을 노린다고 할 떄)
1. 가능하다면 일반고보다는 자사고/특목고에 보내세요.
- 이건 아래 3.과 연관됩니다. 지금과 달리 새 교육과정에서는 고3이 되어서도 내신 경쟁이 그리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현역 고3으로서는 소위 '정시파이터'가 되기 더 어려워집니다.
- 내신은 지금의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고 세특이 강화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일반고보다는 특목/자사고가 더 유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안 그래도 유리한데;;)
2. 글씨 연습의 중요성은 확실히 더 커지고 있습니다.
- 서/논술형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목표가 얼마나 실현될지 확실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내신성적에서 서/논술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임은 확실합니다.
-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발달로 직접 종이에 글씨를 쓸 기회가 점점 없어지는 것이 지금의 세상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고등학교에서 내신을 잘 받기 위해서는 글씨를 "알아보기 쉽게, 빠르게" 쓰는 능력의 중요성은 매우 큽니다. 악필 내버려두지 마시고 반드시 교정해주세요. 간단히 말하자면 악필 교정에 들이는 돈이 영/수 학원비보다 좀 많아야할 수도 있습니다.
3. 현역 고3은 수시 학종, 졸업생은 수능 정시 강세 현상이 더 커질 겁니다.
- 내신이 5등급제로 되고 상대평가 대상 과목이 늘어났습니다. 현역 고등학생으로서는 학습의 부담이 늘어났다는 말이지요.
- 이에 더해 수능의 과목 수는 줄어들었습니다.
- 대학으로서는 내신과 수능의 '변별력'이 줄어들었음을 이유로 대책을 내놓을 것입니다. 당장 생각할 수 있는 변화로는
1) 수능 최저 기준 높이기
2) 면접 비중 높이기
3) 정시에도 학생부 반영하기(이미 서울대가 하고 있는 것처럼)
4) 논술 전형 비중 높이기
...등등이 있습니다.
- 특히 고3이 되어서도 내신관리를 해야한다는 점 때문에, 수능에서 현역 고3은 졸업생에 비해 불리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 따라서 입시 대비는 무조건 고1부터 내신 및 진로희망 과목을 빠르게 정하고 집중할 필요성이 더 커졌네요.
- '선행', 특히 수학 선행을 어디까지 해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평소 컨설팅에서도 많이 받습니다. 학생마다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가장 단순한 답변을 드리자면, "일단 중학교 수학 과정을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먼저이며, 그 다음 단계로 공통수학1(1학기)을 80% 정도는 이해할 수 있으면 베스트입니다. 이것까지 이뤘다면 공통수학2(2학기)을 공부해도 되겠지만... 공통수학1까지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3의 최대과제라고 봐야할 겁니다.
중3 이하 학생/학부모님께 대한 이상한 정보가 많이 번지고 있는 게 보여서,
바뀌는 입시에 대한 제 최종적인 코멘트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 많은 사교육업체나 소위 대치동 학원 설명회 등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그리고 이미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분석을 해온 결과 저는 아래의 결론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개별 컨설팅을 하는 자리도 아니니 저런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과 근거를 여기서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이곳 저곳 입시설명회 다니시느라 시간 투자하시는 것보다, 아래 사항들을 고려하고 고등학교 생활을 준비하도록 하시는 게 나을 것이라는 점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1. 고교학점제는 명목적인 것일 뿐. 변한 건 (거의) 없다.
- 수년 동안 준비해왔던 고교학점제. 교육부에서는 뭐 대단한 변화인 것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아닙니다. 결국 선택권을 준 것처럼 외관은 꾸며놨지만 학생으로서는 입시에 유리한, 입시에 필수적인 과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번드르르한 설명, 믿지 마세요.
2. 굳이 선택을 하겠다면 인원 많은 걸로
- 그게 유리하니까요. 이렇기 때문에 고교학점제가 유명무실하다는 겁니다.
3. 수학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자연계는 더 유리해졌다.
4. 자사고 외고 폐지가 실패했고, 오히려 이들 학교가 대입에 더 유리해졌다.
- (추가) 이에 대해서는 '담봄남준' 님께서 상세하에 설명해 주셨네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내신이 현행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변경되면서 내신 급간이 완화되었고, 이로 인해 그동안 자사고/외고 등 특목고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내신의 차이가 약해졌습니다. 이들 학교에는 아무래도 상위권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내신 완화는 일반고에서보다 특목고에서 효과가 큰 것이지요.
- 그리고 (주로 상위권의) 대학들로서는 "내신의 변별력이 없다!!"면서 이를 보완할 여러가지 방법을 도입할 겁니다. 그 중 하나가 수능 최저 강화구요. 최근 이를 완화하는 흐름이었는데, 이마저도 반대로 갈 겁니다. 수능 최저가 강화되면 당연히 특목고가 유리해지는 것이고요.
5. 고등학생으로서는 내신에 (더) 올인할 수밖에 없다.
-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현역 고등학생이 "정시파이터"가 되겠다는 도피는 더더욱 비겁한 도피가 될 가능성이 더 커졌습니다. 고등학생은 특히 1학년 1학기부터 내신에 모든 힘을 다할 것. 수능 공부는 2학년 2학기 이후에야 시작하세요.
6. '비교과'도 결국 해당 과목 내신 공부가 우선이다.
7. 지금 중학생이라면 딱 3가지 습관에(만) 집중하자.
- 스스로 아침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잘 것
- 수행평가/지필평가 공지사항을 플래너에 스스로 정리하고 대비할 것
- 디지털기기는 무조건 하루 한 시간 이내로만 쓸 것
-> 이 3가지야말로 '100억불 짜리 습관'입니다. 어떤 공교육 사교육에서도 해결해줄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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