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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내가 낯설다.
깊게 패여 내 천(川)자가 그려진 미간, 처진 눈꺼풀에 퍼져 내려온 눈 지방,
주름진 입가, 패인 볼살에 세월이 나에게만 심한 장난을 친 것같아 은근히
억울해지면서 우울해 진다.
주름진 이마와 미간에 필러를 잔뜩 넣어서 보톡스 한대를 맞고 쫙 펴보고
쌍거풀 수술을 해서 처진 눈도 올리고, 눈 밑의 지방도 재배치하고 팔자주름
입가주름 턱 밑으로 당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니까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거울을 다시본다. 낯선 내 안에 세월의 주름진 낯설지 않은 내가 보인다.
성숙해 갈때 마다 한 골씩 생기던 세월에 쌓여진 연륜이 나이테같은 내 얼굴의
주름들. 내 얼굴의 주름들을 펴면 내 안의 소중한 주름들도 펴질 것 같은
두려움이 스며든다.
그럼 난 또 다시 미성숙하고 이기적인 내 이해심으로 세상을 바라 보면서
사소한 일에 절망하고 부당함에 분노하며 미워하는 마음으로 아파하며
한줄 한줄 인생의 나이테를 만들어 갈 것이고, 어느 정도 연륜이 쌓여
마음이 편안해 질때면 내 얼굴은 다시 주름투성이가 되어 있겠지.
그걸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거울 속의 낯익은 내가 중얼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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